La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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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angsing | Luangprabab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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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oken bus on the way to Muangsing |
귀한 자식일수록 낯선 곳으로 여행을 보내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곳과는 다른 문화를 배우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우물 밖 개구리‘가 되어 오라는 뜻에서이다. 자라나는 청소년이나 젊은이뿐만 아니라, 나이 지긋한 어른들에게는 여행 자체가 삶의 활력소가 되고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치매 예방의 한 방법으로 낯선 언어,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권하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다. 누구나 일상의 탈출을 꿈꾸지만 시간과 돈, 그 외의 여건이 안 따라주어 책이나 영상으로 대리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여행을 위한 여러 상황이 갖춰진 나는 선택 받은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내가 가진 행운에 감사하면서, 3년 전의 라오스 여행담을 시작해 보련다. 중국이나 인도에서 출발해 육로로 계속 진행하는 여행이 아니라면, 동남아 여행의 기점은 늘 방콕이기 마련이다. 여행 가이드북 ‘론리 플래닛(Lonly Planet)’만 있으면, 길 잃지 않고 싼 숙소에 머물 수 있을 줄 알고 가볍게 떠난 여행에, 웬걸 생생한 정보의 출처는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8명 정도가 한방에서 자는 싸구려 숙소에서 일본애들(대학을 휴학하고 장기적으로 머무는)한테 라오스 숙소 정보를 듣고 홀로 밤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었다.
석양과 어우러진 메콩강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싼 민박집을 찾아 갔다. 하룻밤에 2달러정도 하는 숙박비 때문인지 가난한 젊은 여행자들이 많이 머물고 있었다. 인도의 거지였다가 어렸을 때 네델란드로 입양됐다는 아가씨, 호주어학 연수 마치고 동남아 여행을 왔다는 한국 학원 강사 아가씨, 직업이고 가정 생활이고 다 실패해 마음씨 고운 동남아 여자와 결혼해서 안락하게 살아 보려고 전재산을 다 털어 온 한국 아저씨, 무슨 죄를 지었는지 고향인 부산 영도에도 못가고 라오스에서 사업 아이템을 구상 중인 선원 출신 아저씨 등등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담을 들으며 며칠을 보냈다.
내가 라오스에 대해서 예전에 알았던 몇 가지 정보라고는, 버럭 화를 잘 내는 게 우리 나라 사람들 성정과 비슷하다는 것, 공산국가이고 참으로 못산다는 것이 전부였다. 막상 여행을 와 보니 여행자들이 북적이는 수도 비엔티안은 프랑스 식민지의 영향인지 건물들이 유럽풍이고 잘 정리된 듯이 보인다.
하지만 그건 일부일 뿐 이 나라의 골목 구석구석을 헤매 다니다 보면, 오래 묵은 가난이 여실히 드러난다. 너무 더워서일까 아니면 산업을 육성하지 못한 공산주의 체제 때문일까? 라오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방비엥‘으로 이동. 내 여정에도 없는 작은 마을이지만 여행자의 입소문을 듣고 가니, 번듯한 여행자의 거리가 형성된 아름다운 시골 마을이다. 거기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들과 어울려 다니며, 한국 여인과 라오스 청년 커플이 운영하는 레포츠점에 예약해 카약킹과 동굴 탐험도 하고 신나는 날들을 보냈다.
몹시도 다정한 라·한 커플을 보며 여자분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라오스 사람들은 맛난 쌀밥을 먹고 우리랑 비슷한 쌈장이나 고추장 같은 양념이 있어 음식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겠지만, 작열하는 태양, 가난까지도 사랑으로 다 극복할 수 있다니… 이곳을 고향으로 둔 순박한 라오스 처녀들이 가난에서 구제해 줄 서양인을 동경하고, 가난을 벗어날 수 있도록 외국에서의 일자리를 주선해 달라고 한국인에게 접근하는 라오스 청년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옛프랑스 식민지에 대한 향수 때문에, 뭐든지 심지어는 마약까지도 싸기 때문에 몰려드는 여행자들이, 현지인들에게 헛된 꿈을 갖게 만들고 박탈감으로 멍들게 하는 건 아닌지. 물론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외국인들도 많다. 라오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스쿨 버스를 후원해 주기 위해, 모금한 돈을 전하러 온 한국 여성을 보며, 여행자로서 느낀 죄책감과 미안함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
난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한다. 인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자신감을 가지면 행복이 올까? 물론 그렇겠지. 욕심을 버리고 자족하며 살라고들 하는데 난 언제쯤 그런 경지에 이르게 될까? 내가 본 라오스 젊은이들에게 ‘안분지족’을 알라고 설교할 수도 없고, 헛된 욕심을 부린다고 욕할 수도 없다. 조금 더 빨리 산업화를 이뤄 세계여행을 다닐 수 있는 혜택을 누리는 자로서, 당신들에게 헛된 욕심을 갖게는 했지만 관광객으로서 돈을 써 주고 가니 썩 나쁘지만은 않다고 자위를 해 본다.


